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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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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우
댓글 0건 조회 2,071회 작성일 14-11-16 07:09

본문

뿌리에게

나희덕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며 뻗어 가려무나


척추를 휘어 잡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 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릅 꿰어 있는 껍데기의

마지막 잔을 마셔다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옹달샘

손광새

깊은깊은 산 속에

옹달샘 하나

맑고맑은 물 속에

파아란 하늘


조롱박 하나 가득 물 마

입속으로 들어오는 파아란 하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면서 피었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나니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


돌담에 속사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사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려르고 싶다


새악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의 가슴에 살포 젖은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초록 바다

박정종

초록빛

바다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아란

초록빛

물이 들지요


초록빛

예쁜

손이 되지요


초록빛

어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살랑

어루만져요


우리 순이

손처럼

간지럼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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