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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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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우
댓글 0건 조회 2,941회 작성일 14-10-12 10:01

본문

 슬픈 족속 -윤동주-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짓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 팔복 -윤동주-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저녁 눈 -박용래-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 터만 다니며 붐비다.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무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금잔디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 동백 -정훈-

백설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사록

사모치는 정화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 개화 -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 벽공 -이희승-

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저렇게 청정무구를

드리우고 있건만.

* 낙산사 풍경 소리 -정완영-

풍경도 낙산사 풍경은 태를 지어 우는 걸까.

솔바람 닿을 재면 난향으로 흔들리고,

먼 동해 썰물 소리엔 방생하는 풍경 소리.

* 혼자 앉아서 -최남선-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 절지 -이광수-

꺾인 나뭇가지

병에 꽂혀서

꽃 피고 잎 지네.

뿌리 끊인 줄은

잊음 아니나

맺힌 맘 못 풀어서라.

맺힌 봉오리는

피고야 마네

꺾은 맘이길래.

* 마을 -박남수-

외로운 마을이

나른나른 오수에 졸고

넓은 하늘에

소리개 바람개비처럼 도는 날……

뜰 안 암탉이

재 그림자 쫓고

눈알 대록대록 겁을 삼킨다.

* 내 소녀 -오일도-

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 놓고

내 소녀 어디 갔느뇨.

……………………

박사의 아지랑이

오늘도 가지 앞에 아른거린다.

* 웃은 죄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 추석 -신석정-

가윗날 앞둔 달이 지치도록 푸른 밤,

전선에 우는 벌레 그 소리도 푸르리.

소양강 물 소리며 병정들 얘기 소리,

그 속에 네 소리도 역력히 들려 오고.

추석이 내일 모레, 고무신도 사야지만,

네게도 치약이랑 수건도 부쳐야지…….

* 묵화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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