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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가 질병과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독수리 DNA에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독수리의 게놈(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독수리는 면역과 위산의 분비와 관련된 유전자가 특이적으로 변화됐음을 확인했다. 독수리가 썩은 고기를 먹는데도 불구하고 질병과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는 이유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최종배)은 테라젠바이오연구소(소장 박종화)·문화재청(청장 나선화)·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원장 오태광)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독수리(Aegypius monachus)의 게놈(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데 성공했다고 31일 발표했다.

공동 연구팀은 두 마리의 살아있는 독수리의 혈액 샘플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독수리의 DNA와 RNA 서열을 생산했다. 게놈 서열 분석을 통해 약 20만개의 독수리 유전자(unigene)를 규명했다.

독수리 게놈 정보를 분석한 박종화 테라젠바이오연구소장은 "독수리의 경우 유전정보가 밝혀져 있는 매와 진화적으로 약 8000만 년 전에 분기됐음을 확인했다"며 "진화적으로 근연종과 오래전에 분기된 독수리의 경우 유전자의 규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과 같이 기존의 게놈 정보가 알려진 경우와 다르게 독수리처럼 유전체 정보를 처음으로 규명하는 경우에는 정교한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첨단 차세대 DNA 해독기와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을 활용해 5개월간 분석했다.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과장은 "이번 독수리의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독수리 연구에 획기적인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며 "이번 연구가 멸종위기 조류의 종 보존을 위한 게놈연구분야의 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독수리 게놈과 분석 결과 정보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ftp://ftp.kobic.re.kr/pub/Eurasian_vulture)를 통해 공개됐다. 앞으로 국내 자연사 참조표본 유전체정보의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국립중앙과학관, 게놈연구재단,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와 '한국 자연사 참조표본 유전체 컨소시엄'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편 독수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준위협종(IUCN: Near Threatened)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43-1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가축 등의 동물 사체를 먹어 치움으로써 사체로부터 발생하는 탄저균 등의 병균이 사람과 동물을 감염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생태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