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콘텐츠로 건너뛰기

벧엘클럽하우스

새로운 꿈을 위한
세상의 작은 변화가 시작됩니다.


자유게시판

감동과슬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민규
댓글 0건 조회 3,111회 작성일 14-04-18 14:21

본문

마을 광장의 흰 벽 앞에 나무의자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로 쇠파이프 구조물에 올가미가 달려 있다. 살인자가 최후를 맞이할 교수대다. 사형을 집행한다는 발표에 살인자의 친·인척들은 눈물과 탄식을 쏟아냈고,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검은 눈가리개를 쓴 이가 형장에 끌려나왔고, 곧 목에 올가미가 걸렸다.
7년 전 20대였던 빌랄 압둘라는 이란 북서부 마잔다란의 작은 마을 로얀에서 압둘라 후세인 자다라는 18세 소년을 살해했다. 자다의 아버지는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시장을 걷는데 압둘라가 그를 밀었다. 기분이 상한 아들은 그를 발로 찼다. 그러자 그 살인자가 양말에서 흉기를 꺼내들었다”고 설명했다. 압둘라는 자다를 칼로 찌른 뒤 도망쳤지만 곧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압둘라의 사형 집행일인 지난 15일, 검은 차도르를 쓴 자다의 어머니가 교수대를 향해 걸어왔다. 이슬람 율법상 정당한 보복, 즉 ‘퀴사스’(qisas)에 따라 아들을 죽인 자를 죽일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는 아들을 죽인 압둘라의 뺨을 때린 뒤 외쳤다. “용서하겠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압둘라의 목에 걸린 올가미를 풀어줬다. 자다의 아버지도 도왔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아들을 용서받은 어머니는 서로 껴안고 통곡했다. 부축을 받으면서 교수대를 내려온 압둘라도 아이처럼 크게 입을 벌리고 흐느꼈다.
둘째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던 부부는 큰 아들 자다를 잃어 아픔이 더했다. 그러나 몇 차례 사형집행을 미뤄달라고 한 끝에 복수 대신 용서를 택했다. 계기는 있었다. 자다의 아버지는 “3일 전 아내의 꿈에 나타난 자다가 자신은 좋은 곳에 있으니 보복하지 말라고 했다”며 “사형일까지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가디언에 16일 말했다. 그는 압둘라가 아들을 고의로 죽이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란 법상 피해자 가족은 형의 집행을 결정할 권한만 있을 뿐 풀어줄 권리는 없다. 압둘라는 일단 다시 수감됐지만 사면을 받고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199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지난해엔 약 700명을 사형시켜 이라크와 함께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사형 집행 건수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사형제 폐지 운동을 벌이는 국제앰네스티는 이란의 공개처형제를 비난해왔다. 이 단체의 바하레 데이비스는 “젊은이의 목숨을 살려준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퀴사스’ 처벌은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당국의 사면이나 감형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퀴사스는 2008년 이란 여성 아메네 바흐라미가 자신의 얼굴에 초산을 던져 실명케 한 남성에게 똑같이 실명을 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바흐라미는 자다의 부모처럼 2011년 7월 형 집행일에 가해자의 사면을 요청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