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과 나델라가 없었다면, 삼성-MS 적과의 동침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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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MS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는 깜짝 뉴스를 24일 발표했다. MS의 클라우드 기반 메모 서비스인 ‘원노트(OneNote)’를 비롯해 ‘원드라이브’ ‘스카이프’ 등이 ‘갤럭시S6’에 사전 탑재된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티아 나델라 MS CEO라는 새 리더십이 없었으면 두 회사의 제휴는 불가능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고 사티아 네달라는 지난해 MS의 새 수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두 회사는 지난해까지만해도 1조원에 달하는 로열티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선 주목할 것은 MS가 운영체제(OS)로 윈도가 아닌 안드로이드를 쓴 삼성전자에 각종 앱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MS의 전 수장인 스티브 발머 시절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것을 윈도를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MS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나델라 CEO의 유연한 경영 방식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취임 후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시대의 생산성·플랫폼 기업이 회사의 핵심”이라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변화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MS는 PC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구글과 애플에 소프트웨어 왕좌를 넘겨줬다. PC 시대에는 유료로 윈도 OS를 제공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모바일 시대에 OS와 앱이 거의 무료로 배포돼 MS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졌다.
나델라 CEO는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시대에 비록 경쟁 관계에 있는 안드로이드 OS라도 MS 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파는 업체다.
그는 윈도 OS를 무료로 나눠주고 충성 고객 일부가 돈을 내는 ‘프리미엄(freemium)’ 전략도 과감히 도입했다. 올 여름 선보일 윈도 10을 무료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이번 협력을 주도한 페기 존슨 MS 사업개발 부문 부사장은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이용자들이 MS의 서비스에 만족한다면, MS의 다른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선(先) 하드웨어 후(後) 플랫폼’으로 모바일 기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움직였다.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를 통해 스마트폰에 넣을 콘텐츠를 늘리고,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 도입을 서둘렀다.
문제는 구글과 애플의 벽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삼성전자의 앱 사용 시간은 한 달 평균 0.1분~3분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디어솔루션센터를 해체하고, 삼성SDI(006400),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을 동원해 제조 혁신부터 꾀했다. 갤럭시S6의 일체형 배터리, 양면 엣지 디스플레이가 그 결과물이다. 소프트웨어로 기울었던 무게 중심을 제조로 다시 돌려놓은 것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해 가시적인 혁신이 당장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있었다”면서 “이 부회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전략 수정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MS와의 이번 협력도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기업의 CEO들과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 적극적인 해외 경영 행보의 결실이라는 것.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방한한 나델라 MS CEO와 만난 이후 특허 분쟁 종료를 이끌어냈다.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MS를 끌어들여 구글을 공동 견제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MS는 델 등 10여개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기기 제조 업체들과도 유사한 계약을 맺었는데, 삼성전자도 MS와 계약을 맺고 구글 견제에 동참한 것이다.
BNP파리바의 피터 유 애널리스트는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부재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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