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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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달새 -박남수-
보리밭에 서렸던
아지랑이 영신들이 지금은
하늘에서 얼굴만 내어 밀고
군종이 울리는 음악의 잔치가 되어
고운 갈매의 하늘을
포롱 포롱 포롱 날고 있다.
흐르고 있다.
포롱
포롱
포롱
시냇물 위에 날리는 잔바람에
하늘이 떨어져
피안의 즐거운 파문.
-추천작: 하늘(박두진)
2. 별의 아픔 -남궁벽-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산
어린 아이가 뒹굴을 때에
감응적으로 깜짝 놀라신 일이 없으십니까.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세상 사람들이 지상의 꽃을 비틀어 꺾을 때에
천상의 별이 아파한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추천작: 별 헤는 밤(윤동주)
3. 추억 -조병화-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이 겨울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추천작: 그리움(유치환)
내 소녀(오일도)
4. 나무 -김윤성-
한결같은 빗속에 서서 젖는
나무를 보며
황금색 햇빛과 갠 하늘을
나는 잊었다.
누가 나를 찾지 않는다.
또 기다리지도 않는다.
한결같은 망각 속에
나는 구태여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나는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좋다.
시작의 끝도 없는 나의 침묵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무서운 것이 내겐 없다.
누구에게 감사 받을 생각도 없이
나는 나에게 황홀을 느낄 뿐이다.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라려고 한다.
무성한 가지와 그늘을 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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